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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S, 마진율75%가 과연 폭리인가?
■국내 언론이 본 아이폰4S의 마진율 75%는 과연 폭리인가?
금일 서울 신문은 <아이폰4S 마진율 75% 폭리… 한국 소비자는 ‘봉’> 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무약정 출고가는 16기가바이트(GB) 81만 4000원, 32GB 94만 6000원, 64GB 107만 8000원이다. 반면, IHS서플라이가 추정한 아이폰4S의 제조원가는 16GB 188달러, 32GB 207달러, 64GB 245달러로 제조원가로 추산한 아이폰4S 32GB의 국내 판매 마진율은 75.7%에 이른다는 내용을 함께 싣고 있다.
모델명 |
아이폰4S 16GB |
아이폰4S 32GB |
아이폰4S 64GB |
국내출고가A |
81만4천원 |
94만6천원 |
107만8천원 |
제조원가B |
188$(20만8천원) |
207$(22만9천원) |
245$(27만2천원) |
마진율(A-B)/A*100 |
74.47% |
75.7% |
74.7% |
기사의 내용대로 계산해본 결과 위와 같은 표로 요약할 수 있다. (달러는 1$에 1,111원) 얼핏 기사 내용만 보면 마진율이 74% 이상이라 애플이 가격을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뉘앙스를 가질 수 있다. 기자가 사용한 '폭리'의 사전적 의미가 지나치게 많이 남기는 부당이익이라는 점을 볼때 독자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마진율 계산에 사용된 제조원가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기사에서 전하는 마진율을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름대로 기자가 여러 자료를 들어 계산한거 같지만 겉만 보고 알맹이가 빠진 셈법이기 때문이다.
우선 마진율 계산에 사용된 제조원가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애플은 물론 삼성도 제조원가를 직접 공개한 적은 없다. 이는 공급업체로와 협상 내역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영업비밀에 속한다는 이유에서 이다.(물론 일면 이해가 되지만 공개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따라서 해당 기자는 IHS서플라이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하다. 물론 원가를 가늠하는 기준의 하나는 될 수 있겠지만 기자가 사용한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음을 알린 내용은 없다.
IHS 서플라이가 제시한 제조원가는 애플 공급업체로부터 부품 가격을 역으로 추적하여 산정한 추정치에 불과하다. 심시어 IHS는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시인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내용은 고스란히 빼버리고 필요한 내용만 가져다 쓰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는 계산법이라 생각한다. 신속함과 정확함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에서 적어도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음을 독자에게 알려야하지 않을까?
●마진율=판매이익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기자가 제시한 제조원가를 십분 양보해서 정확한 자료라고 인정한다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바로 마진율이 곧 판매이익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메라센서, 메모리,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공급가를 다 합쳐서 제조원가를 산정한다해도 아이폰4S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가 추정근거로 삼은 IHS서플라이에서는 분명하게 이번 제조원가에 아이폰4S의 연구개발비용, 선적공급과 마케팅 등의 회계 계정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애플은 단순히 휴대폰을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회사이다. 제품원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아이폰4S의 연구개발비용과 iOS의 연구개발비용을 고스란히 빼버리고 마진율을 계산하는 것은 영업의 기본을 모르는 계산식이다.(인건비, 설비투자비, 기타 잡비는 논외로 하더라도)
마치 동네 슈퍼에서 원가 500원 아이스크림을 천원에 팔았으니 500원이 남는 장사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상점 임대비용과 인건비, 부대비용은 누가 거져주는 것이 아니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이해되는 문제를 기자는 간과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아이폰4S의 마진율이 75프로나 되고 애플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쓰는 것은 관심끌기 밖에 되지 않는다.
● 한국언론의 삐딱한 시선, 중립성을 잃다 못해 문제 본질을 읽지도 못한다.
이러한 국내 언론의 보도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아이폰3GS가 국내 출시될 때부터 아이폰4S가 첫 선을 보이는 지금까지 3년 간 한결같이 비딱한 시선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국내 인터넷 언론이 자본규모가 크지 않고 수익구조가 일정하지 못한 특성상, 광고를 주는 회사에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광고를 통해 얻는 수익이 크다보니 호의적 차원을 넘어 언론의 중립성마저 잃어 버린지 오래니 씁슬하다. 좋은 기사를 통해 독자들의 조회수를 높여 광고 수익을 얻을 생각은 안하고 안정적(?)이고 손쉬운 돈벌이를 따라가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의 존재 가치는 정확, 신속, 중립성임에도 불구하고, 돈벌이가 아쉬운 언론들은 존재 가치를 내팽긴체 생명 연장에만 급급하다. 문제는 이러한 그릇된 관행이 언론의 날카로운 시야를 흐리게 해 문제의 본질을 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아이폰4S의 원가대비 애플이 챙기는 이득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애플이 갖는 경쟁력을 중점 보도해 국내 기업의 자극제 역할을 해야하는 게 옳다.
제품의 부품 원가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애플 iOS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삼성이나 HTC와 같은 안드로이드 계열은 구글로부터 공짜로 OS를 가져오는데도 불구하고 아이폰4S와 출고가가 비슷하지 않은가? 구글 OS를 자사 제품에 최적화 하는데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데 애플은 스스로 OS를 개발하고 있음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래도 애플의 이득챙기기를 보도하고 싶었다면 정확한 자료와 상식을 가지고 했어야 했다. 마치 이러한 기사를 보고 믿을 거라는 기자들을 보면 한국의 독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언급한다면, 해당 기사에서 기자가 제시한 각국의 아이폰4S의 가격은 앞서 거론한 제조원가보다도 더 문제가 있는 부적절한 사례라는 점이다.
각국의 통신사별로 요금제율이 다르며 설령 같다해도 해당 국가의 국민소득 대비 통신요금, 무료통화, 문자, 데이터, 환율 등의 골치아픈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제조사이지 통신요금을 결정하는 통신사가 아니다. 참고는 하되 국내에서와 똑같이 적용되는 듯한 기사는 옳지 못하다. 오비이락란 말도 있듯이 곧 출시될 아이폰4S를 대비하여 이런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싸구려 스포일러에 지나지 않으며 이미 국민들은 이러한 기사에 충분히 지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