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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방지게 애플한테 덤벼?
    Navy(친환경)/나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 2011. 7. 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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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방지게 애플한테 덤벼?
     



    또, 또 다시 내리는 비에 문득, 지금으로부터 5년전 일이 떠오른다. 바로 아무것도 모르는(심지어 애플의 베어먹은 사과 로고가 불량으로 인쇄된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 그야말로 애플에 대해 일자무식했던 시절에 겪었던 필자의 실제이야기이다.





    ■ 뭐 이딴게 다있어!



    신기하게도 2006년 7월 24일에 있었던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정확하게 5년전일이다.  SK텔레콤의 고객컨설턴트의 일을 맡아 진행하던중 우연히 '아이팟 셔플'이란 이름도 낯설은 녀석을 손에 넣게되었다.


     

    첫인상은 한마디로 " 뭐 이딴게 다있어!" 그 자체였다. 디스플레이가 전혀 없어 어디를 보고 메뉴로 가야할지 몰랐고, 그 심플한 메뉴얼에 황당함을 금치 못한 제품이었다.


    더욱이 MP3파일을 담을라하면 그 낳설고 어려웠던(정말 그 당시엔 전공 원서보다도 어려웠음) 아이튠즈를 통해 '동기화'라는  난이도 높은 작업을 통해 고생을 해야했다.


    이제 신나게 음악을 들을려고 재생버튼을 눌러 청음을 하다가 다음곡을 들으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동기화한 기억도 없는 쌩뚱맞은 음악이 랜덤하게 재생이 되었다. 음악을 넣기도 어려웠지만 다음곡이 무엇이 재생될지 몰라(나중에 보니 기능이 있었음) 당황하게 만든 애플 '아이팟 셔플 1세대'였다.




    ■ 미안하다, 사랑한다.





    처음엔 말그대로 '버리기 아까워 썼다.'


     
    당시 대학원생에 처음 들어갔던 나는 연구실에 가면서 오면서 음악을 자주 들었다.  나중에는 동기화가 번거로워서 내 컴퓨터의 음악 폴더를 지정해놓고 '자동채움' 기능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 자동채움 기능이 엄청난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선 내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이 어떤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셔플에서 흘러나오는 옛 유행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아, 이런 노래도 있었지.' 하면서 추억을 회상하게 해줬다. 마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옛 이야기로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랄까.


    더욱이 디스플레이가 전혀 없이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누구 노래인지 제목이 무엇인지 궁금해 미치도록 애를 태우게 했던 것이 셔플이었다. 그 결과 옛 노래는 제목과 가수를 거의 외우다 시피했다. 물론 한때(?) 유행하던 나는 가수다에 쟁쟁한 가수들의 앨범도 줄줄 외울 정도였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아이튠즈를 자꾸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앨범정리가 잘 되고 사용이 쉬웠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과 재생횟수, 별점놀이도 신선하면서 좋은 기능이었다. 또 USB에 플러그인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되는 방식이라 좋았다(연구실 동료들의 컴퓨터 USB단자엔 나의 셔플이 연결되어 늘 깜빡거리고 있었다).



     
    버튼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몇번 사용하다보면 눈감고도 자유자재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든 제품이었다.  그 디자인은 두말하면 시끄럽다고 핀잔들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셔플의 매력에 푹빠져 죽도록 가기 싫은 연구실을 오고 가는 힘이 되준 소울메이트였다.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 셔플아, 그리고 사랑한다!




    ■ 메추리알로 바위를 치다!



    그런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온다고 누가 그랬는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셔플을 USB단자에 연결하여 충전하던 중, 그만 건드려 USB단자와 본체가 파손되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없이 살라고 했는데 든자린 몰라도 난자린 표가 나더라. 결국 애플 서비스 센터에 수리를 의뢰했다.


    보증기간이었지만 나의 과실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수리비를 각오했다. 그런데 애플의 서비스 직원의 답변은 나의 각오를 한순간에 무색함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수리는 하지 안하고 '리퍼'를 통해 정가의 반값 지불하고 교환받으라는 답변이었다. 정가가 11만원 정도였기때문에 5만5000원원만 지불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새것같은 리퍼제품을 교환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파손되었다 해도 재생이 되는 상황이었고 벌어진 USB단자와 본체를 연결하면 되는 부분이었는데 리퍼밖에 안된다니. 몇차례 불공정함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국에 20여개 있는 서비스센터 엔지니어들은 그저 수거한 제품을 글로벌 센터로 보내는 단순작업만 한다는 것인가!


    결국 본사직통으로 전화를 돌려 의문을 제기하자 돌아오는최종답변은 "애플은 글로벌기업이며,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책이라 불가능하다."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애플이란 회사, 리퍼정책에 대해 거의 무지했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적용되는 소비자보호약관에는 수리가 가능한 제품은 부품비와 공인비를 받고 수리하도록 명시되어 있는데 애플은 그렇지 않았다. 수리가능한 것을 돈을 지불하고 리퍼해서 쓰라는 것 자체도 화가 났지만 엄연히 애플코리아라는 회사가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국 나는 한국소비자원에 제소를 결심하게 되었다. 나의 상황을 적고 분쟁조정을 신청하였다. 



      

    지금와서 보니 5년전의 글이라 그런지 부끄럽지만 두서도 없고 억지춘양이식 논리가 많이 섞여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원문을 그대로 실어본다. 


    이윽고 답변이 왔다.


     

     결국 담당자에게 구매일자 확인가능한 영수증, 그리고 사건에 대한 경위에 대한 내용을 팩스와 전화로 상세히 설명을 하였다. 


    다음날, 애플코리아의 고객담당 팀장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억울한 면도 있고 불합리한 면도 있지만 애플의 글로벌 정책으로 인한 사항이라 본인들이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제품의 애플캐어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합의를 하도록 종용하였다.


     그당시 왜 한국의 법적용이 안되는지 너무 어이가없었고 수리를 강력히 요구한 상황이었으므로 내가 바라는 것과 달라 합의를 거절하였다. 이후 소보원에서 분쟁조절 절차에 들어가 몇차례 연락을 해봤지만 해결될 기미는 없었다. 



    애시당초 근본부터가 내가 바라는 바와 전혀 달랐기에 평행선을 달릴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애플은 '공룡기업'이라고 불리는 글로벌기업이었으니, 계란도 아니고 메추리알로 산만한 바위를 친 격이되었다.





    ■ 한여름밤의 꿈이 되지 않으려면





    이 당시 대학원 사람들은 "그냥 맘편히 리퍼제품쓰면서 애플캐어인지 먼지나 쓰면 되지 않는냐"며 격려아닌 격려로 날 위로하였다. 


    해결이 되지 않아 결국 2차 분쟁 조정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나의 분쟁조정 제기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당시 일본 문부성 유학이 계획이 되어 있어 결국 셔플 사건은 '미해결'로 끝이나게 되어버렸다.


     그당시에는 몰랐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난다긴다하는 삼성도 애플에겐 고전을 면치 못하는걸 보면, 나의 과거 행동은 한마디로 "어디 감히 건방지게 애플에게 도전을..."로 표현될 것이다. 


    이러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재 아이폰4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앞으로 나올 아이폰5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셔플 사건을 겪은 내가 어찌 보면 어이없고 모순되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애플은 불합리한 점을 알면서도 욕을 하면서도 "사고싶고 가지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엄청난 회사이다. 욕하면서 어쩔 수 없이 쓰는 제품하고 욕을 하지만 쓰고 싶은 제품하고는 하늘과 땅끝 차이 아니겠는가?



    아이팟셔플 7세대가 나온 지금, 이제와서 이런말하면 무슨소용이고 결국은 애플제품 쓰는 사람이 무슨소리냐 반문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 지나간, 그것도 5년이나 지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하면 그 불합리성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 처럼 제품을 쓰더라고 그 불합리한 점을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주어야하는 것이 양심의 편이 아닐까. 비록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였을 지언정 노력한 흔척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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