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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 유출 7341억 배상 판정에 담긴 슬픈 현실Red(News)/시선집중 2013. 1. 17. 18:59728x90
태안 기름 유출 7341억 배상 판정에 담긴 슬픈 현실
※태안기름유출 사고의 원래 명칭은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건임을 명시하며 내용상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일부 표기하였음을 미리 알린다.
■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내려진 재판 결과.
2013년 1월 16일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피해액이 사정 재판의 결과 7341억원으로 결정됐다. 사정(査定) 재판은 정식 재판이 아닌 일종의 예비 재판으로 피해주민이 신청한 피해 당사자의 적격 여부, 금액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판정을 내려주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2007년 12월 7일, 당시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는 홍콩 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선과 부딪치며 원유 1만240kl가 유출됐다. 지금까지도 사상 최대의 원유 유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이에 약 120만명의 국민들이 자원봉사자가 되어 자발적으로 사고 현장까지 찾아가 주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그들이 흘린 구슬땀을 통해 바다에 퍼진 기름 때와 주민들의 상처를 닦아낼 수 있었다. 직접 찾아갈 수 없는 국민들은 모금을 한다거나 구호품을 보내는 것으로 동참하였다. 그렇게 국민들의 관심과 도움을 통해 오염된 바다가 깨끗함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무려 5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서야 사건의 피해액이 재판의 결과로 나오게 되었다.
■ 누구에는 4배 많은, 누구에게는 7백 적은 7341억원
▲IOPC 홈페이지의 태안 기름 유출 사건 관련 자료(링크 바로 가기)
이번 재판은 주민들이 국제 유류오염배상기구(IOPC)에 사정을 청구하고도 배상을 받지 못했거나 배상액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왔다. 재판의 결과 7천억원이란 배상 금액이 결정되어 IOPC가 산정한 1824억보다 4배가 많은 금액이 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청구한 4조2271억원에 비해 7배 적은 금액이기도 하다.
사실 7천억이란 금액은 적은 것이 아니다. 때문에 얼핏 들으면 적당한 금액인데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7천억원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주민 직접 피해액 4138억원( 비수산분야와 관광분야 461억원 포함, 나머지는 수산분야), 방제비용과 해양복원 사업 3293억원이 포함된 돈이다.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액으로 직접 받는 금액은 4138억원 가량이다. IOPC가 산정한 1824억원 가운데 주민직접 피해액 800억원 보다 5배 많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왜 재판부의 배상금액과 IOPC의 피해액이 서로 다른가. 우선 IOPC에서 전혀 인정하지 않은 바지락 등 어업생물 폐사와 정부의 조업제한조치에 따른 손해 등을 재판부에서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IOPC가 산정한 금액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극히 보수적으로 산정된 금액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해야한다.
비록 IOPC의 피해액보다 4배 가량 많은 금액이긴 하지만 주민들이 청구한 4조 2천억원에 비해 7배나 적은 금액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피해 주민들이 청구한 4조 2천억원(12만4천 건)이 아무리 전문가들의 의견과 연구를 결과로 산정한 것이라지만 이 역시 보상을 받는 입장이므로 최대한 많은 금액이 산정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직접피해액 4138억원 중 비수산분야와 관광 분야의 피해액이 461억원에 불과하여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재판부 역시 “비수산 분야 피해액이 적게 인정된 것은 간접 피해인 데다 증빙자료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피해 신청 주민들 가운데 50%의 주민들은 보상금 0원
수산분야는 수협과 거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매출의 증빙 자료의 산출이 비교적 수월한 반면 비수산분야와 관광분야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증 자료를 제출하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손님들을 상대로하는 음식업과 민박업이다. 자료에 의하면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2007년에 약 2천만명이던 연간 관광객이 2012년에는 절반이하인 900만명으로 급감하였다. 식당이나 민박집을 운영하였는데 기름 유출 사건으로 손님이 급감하여 매출이 절반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름 유출 사건과 손님 급감을 인과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다. 재판부 역시 매출감소와 관련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으나, 객관적인 자료 제출이 어렵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팩트를 가지고 판단해야하는 재판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한푼도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절반이 넘는 6만 4천건에 이르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이참에 한 몫 챙겨볼 생각으로 피해액을 과다 청구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 수가 절반이 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좋게 증빙 자료가 있다고 해도 사건 발생전과 발생 이후의 매출 변동에 대한 입증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증빙자료 제출이 수월하다는 수산분야 역시 자료 제출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 작은 배나 낚시를 통해 일을 하는 생계형 어업의 경우 수산물을 식당이나 업자에게 넘길 때 현금으로 거래하면서 매출전표를 챙기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낚시배를 운영하는 어부가 이번에 받은 피해 보상금액이 45만원인데, 이는 조업이 잘되는 하루벌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또한 바지락을 직접 채취하거나 굴을 채취하는 이른바 '맨손어업'의 경우 증빙 자료를 일일이 챙겨가면서 일을 하시는 분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또한 증빙 자료를 챙겼다 한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제대로 청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수산분야에서 역시 한푼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절반에 이른다.
■ 사건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이 가장 적은 금액만 부담하면 되는 현실
▲ 초일류를 향한 도전이란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 한마디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 없다.
이번 재판에는 피해 주민들과 IOPC, 허베이 스피리트호 관련자들이 모두 참여하였다. 모두 자신들이 부담해야하거나 받아야하는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에 의해 보상 부담액은 사고 유발자인 허베이스피리트 1500억원, 삼성중공업 56억원, IOPC 1650억원에 정부 2000억원 정도다. 후순위 채권 2100억여원도 포함됐다.
사실 태안기름유출 사건의 경위를 보면 삼성 중공업이 내는 56억원이 너무 적게 책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2척이 인천대교 건설현장에 투입한 해상크레인을 거제도로 인양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척의 쇠줄이 끊어져 해상 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3차례 충동하게 되면서 기름이 유출된 것이다. 유출된 1만240 kl의 원유가 충남, 경기, 전라도의 3개 도에 걸쳐 10개 시군구에 영향을 주게 되는 대형 사건이었다. 이에 정부는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한 사건이다.
만일 충돌한 배가 유조선이 아니었다면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유조선측인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더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시 삼성측 예인선이 기상악화 예보를 무시하고 인양 작업을 강행하였고, 해양청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무선 경고를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운행하다 발생한 사건이었다. 즉 기상악화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가 아닌 사람의 판단 실수로 인해 발생한 인재였다. 더 용서가 안되는 것은 사고 후에 무선 경고를 받은 적이 없는 것 처럼 항해일지를 조작하려는 던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결국 아무리 기름을 싣을 유조선이 지나간다 할들 정작 사고의 1차 가해자는 삼성중공업이란 사실은 자명한 것이다. 더욱이 전국민이 피해방지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던 때에 정작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은 항해일지에 손을 대고 있었다는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들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56억원에 그쳤다. 허베이스피리트 호에서 보험금을 포함 1500억원을 보상하고 IOPC에서 최대 보상액인 3258억원까지 보상하게 된다. 나머지 2617억원은 고스란히 정부에서 보상해야된다. 사건 당사자는 56억원만 내고 국민들 세금으로 2617억원을 내야된다는 이상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이 재판의 결과 배상해야하는 56억원은 업계 최강이라는 삼성측 변호인단이 이미 예상하고 있던 금액인 것 같다. 사건 발생 직후 허베이 스피릿호가 서산법원에 제출한 '선주책임제한 개시신청'에는 법적인 보상금의 한도는 1868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윽고 삼성 역시 서울법원에 유사한 내용을 신청하여 법적인 보상금의 한도를 56억원으로 제한하도록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공교롭게도 허베이 스피릿호는 보상금보다 적은 1500억원, 삼성은 보상금 한도와 같은 56억원을 받게 되었다. 결국 사고를 낸 가해자들이 사고 이후에 낸 법적인 한도에 맞게끔 배상금 액수가 결정된 것이다. 만일 사고 후에 피해 주민들이 증빙서류가 부족해도 받을 수 있는 배상금 증액에 관한 내용을 법원에 신청했다면 이토록 잘 반영되었을지 의문이다.
참고로 2010년 발생한 멕시코만의 기름 유출 사고에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는 미국 법무부의 과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벌금 4조원을 내기로 하였다. 이와 더불어 기름유출 관련 피해 보상액과 향후 과실 발견시 추가 보상금까지 합하면 모두 45조원이란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기로 해 삼성의 56억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멕시코만의 경우 그 피해가 크고 과실이 명백하지만 문제는 금액적인 차원을 넘어 대응 방식이다. BP의 경우 오너가 방송에 출연하여 사과를 하고 보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였고 그 결과 회사의 막대한 손실이 될 수 있는 45조원이란 금액도 감수한 것이다. 이에 반해 삼성의 경우는 사건 발생 이후 약삭빠른 대응으로 자신들이 내야할 법적 한도금을 56억원으로 마무리 짓는데 성공하였고, 피해자들에게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 아닌,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건으로 부르자!
이상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 해상에서 원유가 유출되면 가해 당사자들의 이름을 따서 사건을 부르게 된다. 1995년 여수에서 발생한 GS칼텍스(당시 LG 칼텍스)의 시프린스호 원유 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5천톤의 원유가 유출되고 추산된 피해액만 700억이었으나 실제 배상된 금액은 증빙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500억원에 그쳤다.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사건은 여수 시프린스호보다 무려 2배 가까운 원유가 유출되었으며 그 피해 지역도 시프린스호 사건이 1개도 1개시인데 반해 3개도 10여개 시군구로 규모가 다르다. (관련 글 바로 가기)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안에 피해가 집중되었다는 이유로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라 언론에서 통칭하고 있다. 과련 삼성과 관련이 없는 다른 곳의 선박이었다해도 마찬가지였을까. 너무 이름이 길다면 그냥 삼성 원유 유출 사건이라 불러도 좋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태도이다. 1995년 시프린호 사건 때에는 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GS는 1천억원 규모의 기금액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10년후에 발생하고 그 피해 규모도 최대인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에서 삼성측이 제시한 기금액 규모는 10년전의 시프린스호와 같은 1천억원이다. 참고로 당시 IOPC에서 산정한 여수 시프린스호 피해액은 약 100억원으로 이번 사건의 1800억에 비해 무려 18배 많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액수를 고집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바로 가기)
그들이 책임져야할 법적인 한도가 56억원에 불과하고, 그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처리를 위해 정부에서 지출해야한 금액이 2천억원임을 고려할 때 기금액 1천억원은 너무나도 적은 액수이다. 10년 전 여수 시프린스호의 전례와 비교해 볼 때도 적은 금액이다. 이에 피해 관련 단체에서는 5개의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하여 기금액의 적정 산출액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5천억원의 기금 마련을 요구하였는데 삼성에서는 종전 1천억원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고, 보상 받아야할 할 사람은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이번 판결의 금액적인 부분만 보면 IOPC의 보상액에 비해 4배나 많으니, 더 이상 피해주민들이 욕심내지 말라는 의견도 있다. 심지어 5년전 사건과 관련이 없는 대선 결과까지 끌어 들여 멍청도, 너희들이 자행한 일, 자업자득이라는 비아냥의 댓글을 보고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그렇다. 충청도에서 박근혜에 대한 표가 절반이 넘었다는 사실은 필자 역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전라도와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박근혜에 대한 표가 많았다는 사실은 주지의 팩트이다. 왜 이러한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태안기름 유출 사건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피해를 본 많은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계와 일터에서 사투를 벌여가면서 복원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정이 많은 국민들의 열성적인 자원봉사 덕분에 지금은 육안으로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원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피해 금액을 요청하고 절반 이상이 증빙 서류가 부족하다며 0원 판정을 받은 분들은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낌 없이 주는 바다에서 평생을 일하고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이 기상악화의 상황에서 그것도 해양청의 무선 경고를 무시하면서 운행한 삼성중공업에 의해 고통을 받았다.
더욱이 사건이 터지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가해자인 삼성은 항해일지를 조작하려고 하였고, 삼성중공업과 허베이 스피릿호는 자신들이 내는 보상금을 줄여보고자 법원에 신청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판결의 배상액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보다보면 그들이 낸 보상금 최대 액수가 모두 반영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왜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낼 보상금의 상한선을 정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벌던 금액을 증빙 서류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절반이 넘는 분들이 피해액 0원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가해자들은 손해를 최소화 하고 피해자들은 피해가 최대화 되는 이 현실이 과연 온당한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언론들은 배상금의 많고 적음만 이야기할 뿐 응당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고, 보상을 받아야할 사람은 오롯이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것이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을 이번 배상액을 보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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